[천자칼럼] 기업인들의 상경시위

입력 2024-01-31 17:50   수정 2024-02-01 00:29

1864년 경남 양산 백성들이 한양으로 상경해 호위영 앞에서 한 달 넘도록 시위를 벌였다. 메기와 자라만 서식하는 저습지인 ‘메기뜰’에 땔나무를 채취하는 곳에 부과하는 시장세(柴場稅)를 무리하게 매긴 데 따른 것이었다. 백성들의 억울함을 전해 들은 흥선대원군은 “메기뜰에 대해 영구히 면세하라”고 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백성들의 부당한 조세 탕감에 노력한 호위영 대장 정원용, 경상도관찰사 서헌순, 양산군수 심낙정의 공을 기리는 공덕비가 2007년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억울한 일이나 주장할 바가 있을 때 상경 시위를 벌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고종 황제가 1919년 1월 21일 새벽 승하하자 일제 또는 친일파에 의한 독살설이 번지면서 국장일인 3월 3일을 계기로 전국에서 상경한 사람이 40만 명을 넘었다. 조정의 정책에 반대하는 유생들은 공동 명의 상소문인 만인소를 갖고 상경해 연좌시위를 벌였다.

현대에 와서 상경 시위는 더욱 흔해졌다. 달라진 점이라면 시위의 주체가 노동자, 농민, 직역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노동자, 농민 ‘상경 투쟁’에는 전국에서 이들을 태우고 온 버스가 진풍경을 연출한다. 근래에는 숙박 중개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에 항의하는 지방 숙박업주들, 포스코 사내·사외이사 퇴진을 요구하는 포항 시민, 새만금 예산 복구를 요구하는 전북 도민,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상경 시위도 있었다. 다양한 요구가 자유롭게 분출하는 민주·개방 사회인 만큼 시위 주체가 다양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국에서 모인 중소기업 대표 3000여 명이 어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규탄대회를 열고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을 즉시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많은 기업인이 국회에 모인 것은 중소기업중앙회 6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오죽 절박하면 그랬을까. 오늘(1일) 국회 본회의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의 절규와 호소에 야당이 응답하기 바란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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